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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의 인생 2막 PEI(Prince Edward Island)-2.멋진 섬 탐색과 적응

첫날의 저녁 퇴근길에

 

 

아침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보도 불럭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구석의 잡풀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5월인데도 여전히 춥다니,  하긴 캐나다는 6월에도 10월에도 눈이 오니까. 

 

나는 계절중에 봄을 좋아한다.  겨울내 모진 세파를 이겨내고  준비한 각자의 재능을 맘껏 뽐내는 듯한 이 계절은 온 세상에 희망과 기대를 품게 한다. 바싹 마르고 거친 죽은 나뭇가지같은 칙칙한 가지에서 아기손 같은 푸릇푸릇하고 여린 새싹들이 고목을 뚫고 나오는 경이로움과  벚꽃을 비롯해 이름모를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섬을 그린다. (전에 있던 곳은  창문까지 모두 막아서 수궁인듯 인테리어를 한 곳으로 창문도 시계도 없었서 장난으로 카지노라며 웃었었다.  밖에 전쟁이 나도 모를것 같은 어두운 깊은 바다 색 배경-스시식당으로 잠녀(제주도 해녀)가  되어 들어가면 밤에 퇴근할 때에야 비로서 밖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쉬는 날은 햇빛이 찬란해도 노묘처럼 뻗어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는) 갑자기 생긴 여유시간을 풍요로운 봄으로 즐기고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월급이었고 6일 근무였던 전 근무처와 다르게 오전 오후로 나뉘어 시간제 근무 조건이니 돈이 적어 조금 아쉬웠지만 자연을 만끽할 기대에 맘은 큰 시간 부자가 되었다.

 

내가 거처하는 곳은 직장과 가까운 스텝하우스다.  적어진 주급(시간이 짧고 온타리오주보다 기본 시급도 적다)에 집값을 걱정했는데 우선은 랜트비가 안들어가서 감사하게 되었다.  몇일 일을 했는데 시간이 짧으니 남는 시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호수로 둘러싸인 온타리오주와 달리 이곳은 대서양이 둘러쌓여 있어 느낌이 다른것 같다.  그리고 강열한 여름을 맞이해서 각국의 거대 크루즈들이 드나드는 관광의 섬이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식당과 나의 거처는 내게 풍부한 시간과 자연공간을 선사해 줄것이다.

출퇴근 전후로  바닷가 주변을 조깅하는데 (바다가 걸어서 5분 내외) 딸이 좋아하는 해파리가 보였다.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었더니 좋아했고 오고 싶다고 했다.  벌써 애들이 보고 싶어진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같은 공감각을 나누고 느끼고 싶다.( 전에는 20시간이 걸리는 그곳을 어떻게 가니 라며 상상만 했던 곳인데 지금 내가 바로 그곳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 바다 못 본지가 몇년이고 ~,  얼른 영주권 취득을 해야한다고 맘속으로 되뇌였다. 

근처 바닷가-이날은 바람이 거의 없었고 봄꽃보다 아름다운 색의 바다였다.

 

1층의 방 두개있는 아파트에 방 하나를 쓰는 나는 방의 유일한 창문으로 밖의 날씨를 알 수 있다.  1층이고 책상에 앉아서 오른쪽을 보면 창밖으로 사람들의  바쁜발의 움직임들이 보인다.  예전에 읽었던 그림동화의 구두짓는 요정의 구둣방이 생각나는 재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의 움직임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될것이고 내가 잘때 요정이 나타나 나의 노동에 찌든 몸을 마사지 해주는 상상을 하며 잠들곤 했다.  옆방에는 다른 직원분이 이미 살고 계셨다.  내게 친절하게 식당에 관해  설명해 주시고 집의 규칙도 설명해 주셨다. 

 

섬이라서 그런지 바람은 항상 함께 하는것 같다.  해가 떠도, 밤에도 비가 내려도,  바람의 섬이라고 명명해 본다.  짐 가방에 접어 두고온 전기장판이 그리운 나날이었다.  봄은 안오고 지속적으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해가 떳나 싶어서 나가면 금방 구름이 가려 버렸고 해가 쨍쨍할때는 아쉽게도 정신없이 일하는 날이 많았다.(이곳은 겨울이 길기에 지금부터 9월까지 바싹 매출을 올려야한다.)  무겁고 지저분한 쓰레기들을 버리러 나오면서도 나는 웃는다.   늘지않는 영어때문에 신경이 쓰이는데 바람은 시도때도 없이 불어와 내게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였고  바람의 이야기를 벗삼아 나는 출퇴근을 했고 조깅을 했다.  기쁨으로 웃음이 절로 나오는 나날이었다.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배울점이 많은 곳이어서 감사했으며 확실한 목적이 있음에 무조건 견뎌야 했다.  그렇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바람에 흩어져 날리고 어느덧 끝자락을 향하고 있다.

내 상상과는 달리 주변에 꽃 핀곳을  볼 수가 없었고  나는 계속해서 봄을 애타게 기다렸다.

내가 기다린 것이 물리적인 봄이었는지 정신적 봄이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는 어떤 봄을 기다리는 걸까

그냥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