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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의 인생 2막 PEI(Prince Edward Island)- 3.타락천사

벌써 한달이 지났다.   일이 정말 힘들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버티기 미션은 진행 중이다.

꿈이 꿈인줄 알려면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의식의 흐름이 흐름인줄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알 수 있다.

Victoria park - 내가 선호하는 곳으로 일이 끝나면 이곳에서 헉헉거리며 달린다.

 

한국을 떠나와서 가족들과  지인들의 감사함을 느꼈고  첫 직장인 1식당은  내게 내린 축복의 수습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그 당시에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쉬는 날은 정말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는데ㅠ)  식당에 와서 즐기는 이들을 보니 나는 언제 저런 시간을 보냈었나 아련할 따름이다. 급기야는 부럽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들고 내 보내고 뒷처리 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노고로 우리는 맛있게 먹고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각자를 위한  이기적인 행동들이 이타적으로 발현되는 것이겠으나  감사하는 맘을 갖고 또한 나로 인해 즐기는 그들을 위해 더 신경써서 일해야 겠다고 맘 먹었다.  기도하면서 행복을 빌고 음식을 내 보냈다. 또한  외노자가 되어 보니 한국에서 스쳐지나갔던  외노자들의 고통이나 아픔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2직장의 일을 하면서 문득 동물의 세계인 Zootopia가 생각났다.  

나는 만화영화를 이 나이에도 반복하여 즐겨본다.  인간세상을 닮은 여러 세상을 아름답게 묘사 되는것이 나를 매료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피앤딩이 좋다.  더불어 최종이후를 걱정안해도 되서 맘이 편하다.

주인공 주디의 작은 거인의 위력과 은근과 끈기가 돋보이고 터무니 없어 보이는 꿈을 이루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힘들때 마다 듣던 노래로 매력적인 가젤인 샤키라의 노래는 나를 달래는 노동요 중의 하나로 등극했다.

 

처음 식당에 입사했을때는 나의 마음자세는 창피하지만 아주 하급적 발상으로 임했다.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곳으로 영주권 취득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또한 다른 식당에 입사할 돌발 상황은 상상도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다.

 

주인공 주디와 당연 다르게 나는 예리함도 없고 독함이나 다부짐도 없으며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도 부족하였다.  무엇보다 일의 선후도 분별되지 못했다.  이유를 분석하자면 젊었을때 시도해봐야 할 여러일들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내게는 그쪽 관련 회로가  전무한데다 나이가 들어서 하려니 노화되고 무뎌지고 습득도 느린것 같다.  그리고 조금씩 주방일에 흥미가 생길때 쯤 이곳으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 와서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능력부족과 느린 행동이 나를 좌절 시킨다.   전 식당에서라도 열심히 배워놨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후회 막심이다.

 

김이 주어지면 김밥이라도 말아라하는 것처럼 내게 식당이  두번째로  주어지게 된것은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사장님의 시스템도 잘 배워서 나도 식당 오픈해 보면 어떨까 ?!

Victoria park PEI - 내가 조깅하는 곳으로 검정 새 한 마리에 나를 이입해서 한컷

 

집에 와서 나른한 몸을 뉘우니 아프고 뻐근했으며 파스를 붙인듯 화끈거려서 날개가 생기는 증상 아닐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혹시 내가 타락천사였을수도...

 

잠이 들었고 아침은 단골처럼 내게 또 왔다.  기다리는 날개는 돋지 않았고 하루의 시간은 식은땀처럼 간헐적으로 흐르며 나를 압박한다. 

 

 

옆방에 사시는 분이 넌지시 한말씀 던지신다.

"요 몇일 코고는 소리가 나던데 몸은 괜찮아요"   엥 ㅜ (얼마나 코를 골았기에)

천사는 무슨, 노동에 지친 보잘것없는 인간이었다.

 

오늘도 나는 올해 말까지만 참으면 된다며 나를 설득했다.

Victoria park에서 조깅하는 파란눈의 캐네디언들 사이를 달리며 까만눈으로 파란 하늘을 쳐다 본다.